기존의 재테크 콘텐츠는 더 이상 MZ세대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주식, 부동산, 적금 등 전통적인 금융 방식에 염증을 느낀 젊은 세대는 ‘재테크 자체가 지루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융 콘텐츠 시장은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MZ세대의 재테크 피로 현상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금융 콘텐츠의 트렌드와 수익 구조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재테크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재테크는 가장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였다. 주식 투자, 부동산, 코인, ETF, 절약 습관, 통장 쪼개기까지 다양한 방법이 책과 유튜브, 블로그, SNS를 통해 소개되었고, MZ세대는 너도나도 ‘부의 추월차선’을 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2023년 이후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코인 시장의 붕괴 등 다양한 경제 악재가 겹치면서 ‘재테크 피로’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 피로감의 본질은 단순히 수익률이 낮아져서가 아니다. MZ세대는 재테크의 형식 자체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 단순 수치, 복잡한 용어, 반복적인 절약 팁은 더 이상 흥미를 자극하지 못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수익보다 ‘지속 가능하고 즐길 수 있는 방식’이다. 재테크가 일상 속 놀이이자 콘텐츠가 되어야 하며, 그것이 아니라면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실제로 SNS상에서 "재테크? 피곤하고 재미없다", "나는 금융 콘텐츠 안 봄"이라는 반응이 다수다. 이러한 변화는 금융 콘텐츠 시장에 강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전통적인 경제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와 조회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대신 감성적이고 예능적인 요소를 담은 신(新) 금융 콘텐츠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콘텐츠 포맷의 변화가 아닌, 새로운 소비세대의 등장과 그들의 정보 소비 방식에 대한 본질적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재테크가 예능이 되고, 금융이 엔터가 된다
MZ세대가 재테크를 피로하게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 과잉과 낮은 몰입도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서 수많은 재테크 방법이 소개되지만, 그중 진짜로 실행 가능한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콘텐츠는 광고성 혹은 책 홍보, 지나치게 기술적인 설명에 치우쳐 있으며, 젊은 세대가 원하는 ‘현실 밀착형’ 콘텐츠와는 거리가 멀다. 이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 금융 콘텐츠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콘텐츠형 재테크 실험기’다. 예를 들어 "한 달 동안 무지출 챌린지를 하면 얼마나 아낄 수 있을까?", "편의점만 이용해 한 달 살아보기", "한 달 유튜브 수익으로 생활하기" 등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실험, 예능, 리얼리티 형식을 차용한 금융 콘텐츠다. 이러한 콘텐츠는 재미와 몰입을 제공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금융 메시지를 전달하며, 기존 금융 채널보다 훨씬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게임화된 금융 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예산을 정하고 지출을 관리하는 기능 외에 미션, 랭킹, 리워드 시스템을 결합한 금융 앱은 마치 게임처럼 돈을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단순한 계좌 관리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엔터테인먼트 기반 금융 서비스’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이런 방식은 특히 2030세대에게 유효하다.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경제적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용도가 높다. 금융 콘텐츠 제작자들도 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표 분석, 경제 전망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브이로그 형식, 챌린지 콘텐츠, 인터뷰, 짧은 숏폼 영상 등이 주를 이룬다. 경제 유튜버가 ‘리액션 콘텐츠’를 찍고, 절약 유튜버가 자신의 하루 소비를 예능처럼 편집하는 시대다. 이처럼 ‘재테크는 콘텐츠다’라는 새로운 공식이 금융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지루함이 만든 기회, 금융 콘텐츠의 진화
MZ세대의 ‘재테크 지루함’은 기존 금융 콘텐츠 시장의 몰락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진화’를 강제하는 신호탄이었다. 더 이상 숫자와 수익률만으로 승부할 수 없는 시대, 금융은 인간적인 언어로, 감성적인 포장으로, 그리고 몰입 가능한 방식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이는 단지 콘텐츠 포맷의 변화가 아니라, 금융에 접근하는 태도의 변화이며, 금융 리터러시가 대중화되는 새로운 형태의 진입로다. 앞으로 금융 콘텐츠는 더욱 다채로운 방식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VR이나 메타버스를 이용한 가상 금융 시뮬레이션, AI가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는 큐레이션 시스템, 실제 경제 활동과 연동되는 게임형 앱 등이 이미 실험되고 있다. 기존의 딱딱한 경제 강의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갈 것이며, 실용성과 감성을 결합한 콘텐츠가 주류가 될 것이다.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도 이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의미한다. 브랜디드 콘텐츠, 협찬, 상품 연계, 구독 기반 모델 등 다양한 수익 구조가 형성될 수 있으며, 특히 SNS 영향력이 강한 인플루언서형 금융 크리에이터는 경제 콘텐츠 시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재테크는 지루해졌지만, 금융 콘텐츠는 더 흥미로워지고 있다. 피로에서 시작된 변화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돈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그 안에서 탄생할 새로운 기회는, 단지 콘텐츠 시장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 산업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