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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없는 가게, 일회용 없는 소비.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지속 가능한 삶을 꿈꾸는 이들의 대안이지만, 과연 경제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모델일까? 본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상점의 수익 구조, 고객층, 운영 현실을 분석하고, 친환경 실천과 경제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방법을 고찰한다.
지속 가능성을 팔지만, 생존은 어려운 가게들
매장 입구에는 ‘용기 가져오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고, 비닐봉지는 찾아볼 수 없다. 쌀과 콩, 세제는 대용량 통에서 덜어 담고, 제품에는 가격표 대신 ‘그램당 몇 원’이 적혀 있다. 바로 ‘제로웨이스트 상점’의 풍경이다. 이곳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소비 방식, 포장 문화, 생산과 유통의 구조까지 바꾸겠다는 철학이 깃든 친환경 경제 실험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은 ‘의미’만으로 지속될 수 있을까?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단순히 환경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비즈니스’다. 즉, 지속 가능한 운영과 수익 창출이 가능해야 철학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뜻은 좋지만 매출은 낮고, 원가는 높고, 고객층은 한정적인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상점의 대중화가 쉽지 않다. 소비자 인식, 물류 시스템, 법적 기준, 상권 입지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리며 ‘친환경은 곧 고비용’이라는 인식도 퍼져 있다.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상점이 실제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지, 그 운영 방식과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지, 그리고 친환경과 경제성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다각도로 분석하고자 한다.
제로웨이스트 상점의 경제 구조와 생존 조건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기존 소매업과는 다른 형태의 운영 방식을 갖고 있다. 판매 방식, 유통 구조, 가격 책정, 고객과의 관계까지 ‘비정형적’이다. 이러한 독특한 구조는 장점도 있지만, 경제적 리스크도 함께 수반한다. **1. 상품 구성과 원가 구조** 제로웨이스트 매장은 주로 리필 상품(세제, 샴푸, 곡물), 친환경 생필품(대나무 칫솔, 면 생리대), 비포장 식품 등을 판매한다. 이들은 대량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단가가 높고, 공급처도 제한적이다. 게다가 재고 회전율이 낮고 유통기한이 짧은 품목도 많아 손실률이 높다. **2. 가격 경쟁력의 한계** 대형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과 비교하면 단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친환경 제품은 생산단가 자체가 높고, 소량 유통되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싸다’는 인식을 갖기 쉽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가 “마음은 가는데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3. 고객층의 협소성** 현재 제로웨이스트 상점의 주요 고객층은 20~30대 친환경 의식이 높은 여성, 특히 1인 가구나 비혼주의 성향의 소비자다. 이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객층의 폭이 좁아 매출 확대에는 제약이 있다. 가족 단위 소비자나 중장년층으로의 확장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4. 운영 효율과 시간 투입** 일반 소매점에 비해 매장 운영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고객 응대도 단순 판매가 아니라 ‘설명 중심’이며, 제품을 덜어주는 수작업, 리필 기기 관리, 위생 문제 대응 등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즉, 고정비용 대비 효율이 낮은 구조다. **5. 수익 다각화 시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방형 카페와 결합하거나, 친환경 워크숍, 클래스, 리필 택배 서비스, 기업 협업, ESG 굿즈 제작 등을 통해 수익원을 다양화하고 있다. 또한 SNS를 활용한 콘텐츠 마케팅, 고객 참여형 이벤트, 크라우드 펀딩 등도 브랜드 인지도 확보와 고객 충성도 강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6. 정책적 지원** 일부 지자체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상점에 대해 임대료 지원, 홍보 협업, 친환경 인증 마크 부여 등의 지원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부족하다. 제도적 뒷받침이 없이는 자생적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이 다수 운영자의 목소리다. 결론적으로,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철학 있는 상업공간’이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선 효율과 철학의 절묘한 균형이 필요하다. 단순히 환경만 생각해서는 지속될 수 없고, 오직 수익만 좇는다면 신뢰를 잃는다.
친환경 소비는 경제적이어야 지속된다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그것은 소비의 방식을 바꾸고,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며,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실천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아무리 가치 있는 철학이라도, 경제적으로 지속되지 않으면 그 실험은 오래가지 못한다. 현실은 냉정하다. 제품은 비싸고, 운영은 어렵고, 고객은 한정적이다. 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의미를 팔면서도 이익을 남기는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고객과의 관계 중심 마케팅**이다. 제로웨이스트 고객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가치 공유’를 중시한다. 이들과 소통하고, 교육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골 고객 확보는 매출 안정화의 핵심이다. 둘째, **소규모 고효율 운영**을 지향해야 한다. 상품 수를 늘리는 것보다, 잘 팔리는 제품을 중심으로 효율적 운영을 도모하고, 비대면 리필 예약, 무인 시스템, 서브스크립션(정기 배송) 등을 통해 운영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연계 사업 모델** 개발이다. 예를 들어, 로컬 농가와의 협업을 통한 친환경 식품 판매, 제로웨이스트 상품 OEM 제작, 기업 ESG 굿즈 납품 등으로 외부 매출을 확보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넷째, **정책적 생태계 조성**이다. 행정기관은 제로웨이스트 상점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환경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돈이 되는가’라는 질문보다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경제 활동이 아니라, 삶의 방향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의미와 수익의 균형’에 있다. 친환경이 곧 생활경제가 되는 시대, 우리는 그 접점을 찾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