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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관계는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팬데믹과 장기 경기침체를 거치며 인간관계의 범위가 줄어들고, 그에 따라 소비 활동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본 글에서는 '장기침체형 인간관계'라는 새로운 개념을 중심으로, 사회적 연결망의 축소가 개인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고찰해본다.

장기침체형 인간관계와 소비감소의 상관관계
장기침체형 인간관계와 소비감소의 상관관계

소비 감소의 숨은 원인, 친구의 부재?

2020년 이후 우리는 전례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문화, 그리고 경기침체를 경험했다. 이 모든 변화는 단지 경제 지표나 산업 구조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즉 인간관계의 구조에도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특히 장기 불황과 사회적 단절이 겹치면서 인간관계가 수축되고 있는 현상이 곳곳에서 관찰된다. 과거에는 소비가 인간관계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장기침체형 인간관계'란 용어는 사회적 연결망이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고, 그에 따라 소비 활동 역시 점차 축소되는 현상을 설명한다. 이는 단순히 친구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인간관계의 수와 밀도가 소비 패턴, 서비스 이용, 외식, 여행, 문화생활 등 전반적인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함의는 매우 크다. 팬데믹으로 인해 발생한 물리적 거리두기와 재정 불안은, 감정적 거리두기로 이어졌고, 이는 곧 '소비의 위축'이라는 경제적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예컨대, 친구들과 자주 모였던 사람은 외식과 카페 소비, 소규모 여행 등에 지출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관계망이 줄어들수록 그러한 소비는 줄어들게 된다. 이는 단순히 한 사람의 소비 위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소상공인, 자영업자, 서비스업 전반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즉, 인간관계의 위축은 곧 경제의 위축으로 직결된다. 본 글에서는 이 개념을 바탕으로, 사회적 연결망과 소비 사이의 유기적 관계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분석해보고자 한다.

관계 축소가 불러오는 소비 패턴의 변화

과거 소비는 ‘사회적 활동’의 일환으로 기능했다. 누군가와 만나는 일이 소비의 출발점이 되었으며, 특별한 일이 없어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소비 행위’는 늘 존재했다. 생일 선물, 기념일, 모임, 회식, 동호회 활동 등은 모두 인간관계를 전제로 한 소비였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소비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 소비성향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평균 소비성향은 68.3%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소득 감소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수치다. 심층 분석 결과, 정기적 모임이 줄고,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일반화되면서 ‘만남을 위한 소비’가 크게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소비가 외부 유인보다 내부 욕구에 의해 이루어지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인간관계가 줄어들면서 정서적 자극도 줄어들게 된다. 이는 우울감, 무기력감 등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쇼핑이나 외식 같은 일상적 소비의 흥미' 자체가 감소하게 된다. 이른바 '소비의 감정 동력'이 약화되는 것이다. 심리학적 연구에서도 우울감이 있는 사람일수록 소비 활동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 또한 디지털 시대의 소비는 과거보다 개인화되어 있다. 알고리즘 기반 추천 서비스, 1인 가구 맞춤형 제품, 혼밥·혼술 문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구조는 효율적이지만, 관계 기반의 자연스러운 소비 확장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과거에는 친구의 권유, 주변인의 사용 경험이 소비를 자극했다면, 이제는 타인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결국, 인간관계의 감소는 소비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곧 특정 업종의 매출 하락, 청년 자영업자의 폐업 증가, 서비스 산업의 축소라는 연쇄적인 경제 위기를 낳는다. 따라서 인간관계를 단순한 사적인 영역이 아닌, 경제의 순환 구조 속 핵심 요소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관계를 회복해야 경제도 산다

현재 한국 사회는 저성장과 고령화, 인구 감소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사회적 연결망의 약화는 경제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인간관계의 감소는 개인의 정서적 문제를 넘어 경제 구조 자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소비 축소는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따라서 인간관계를 경제 정책의 주요 변수로 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역 커뮤니티 지원, 청년 네트워크 활성화, 도심과 지방의 사회적 연결 프로그램 확대 등은 단순히 사회복지 차원이 아니라 경제 회복 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도시 외곽이나 소외된 지역의 경우, 관계 형성을 돕는 문화 인프라와 공간 제공이 지역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기업 또한 ‘사회적 소비 동기’를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람 간의 연결을 촉진하는 이벤트, 커뮤니티 기반의 제품 추천, 공감형 콘텐츠 제공은 소비를 유도하는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방식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반복 소비를 유도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더불어, 정부는 소비 진작 정책을 단기적 현금 지급이나 세제 혜택에 국한하지 말고, 사람 간 관계 회복을 통해 자생적인 소비가 늘어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벗어난 지금, 우리는 ‘경제적 거리두기’를 해소해야 할 시점에 있다. 결론적으로, 장기침체형 인간관계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위협이자 과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숫자나 지표만을 볼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 결국, 관계의 회복이야말로 소비의 회복, 나아가 경제의 회복을 가능하게 만드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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