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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이 경제 주체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특히 SNS와 유튜브를 통해 인플루언서가 된 50대 이상의 여성들이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본 글에서는 50대 엄마 인플루언서들이 어떻게 디지털 플랫폼에서 경제적 자립을 실현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며, 이 현상이 한국 사회와 가계경제에 어떤 변화를 이끄는지를 살펴본다.
당신 엄마도 유튜버가 될 수 있다
과거 ‘인플루언서’라는 단어는 젊은 세대, 특히 20~30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에서 활약하는 크리에이터 대부분이 트렌디한 외모와 최신 유행 감각을 지닌 청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바로 50대, 심지어 60대 중장년층 여성이 SNS와 유튜브를 통해 ‘경제적 제2막’을 열고 있는 것이다. 중장년 여성은 오랫동안 ‘비가시적 경제주체’로 존재해왔다. 전업주부로서 가정경제를 책임지면서도, 통계상으로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과 디지털 콘텐츠 제작 툴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이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자신의 일상, 요리, 살림, 육아, 인생 경험을 소재로 적극적인 경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유튜브 채널 ‘은퇴한 엄마의 살림일기’, ‘중년의 삶, 기록하기’, ‘엄마표 집밥 레시피’ 등은 구독자 수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콘텐츠는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소박하고 진솔하며, ‘현실감’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오히려 젊은 세대에게 힐링 콘텐츠로, 중장년층에게는 공감 콘텐츠로 기능하며 충성 구독자를 확보하게 한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개인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중장년 여성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경제 주체로 등장하는 것은 사회 구조, 노동 시장, 그리고 소비 패턴 자체를 변화시키는 ‘사회경제적 사건’이다. 본문에서는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경제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를 다각도로 분석해본다.
디지털 커리어 제2막, 중년 여성의 수익모델
50대 이상 여성 인플루언서들의 수익 모델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정교하다. 가장 기본은 유튜브 광고 수익이다. 구독자 수가 1,000명을 넘고, 연간 시청시간이 4,000시간을 넘으면 유튜브 파트너십에 가입할 수 있다. 이후 영상 내 광고를 삽입해 조회 수에 따라 수익이 발생한다. 특히 요리, 정리, 건강 정보 등 ‘생활 밀착형 콘텐츠’는 광고 단가가 높고 조회 수도 안정적이다. 두 번째는 협찬 및 PPL이다. 식기, 주방용품, 건강식품, 한복, 중년 패션 등 중장년층 대상 제품을 홍보하는 브랜드들이 이들과 협업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또래 소비자의 공감을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50대 인플루언서는 매우 귀한 존재다. 세 번째는 자체 상품 판매다. 실제로 ‘엄마표 김치’, ‘홈메이드 반찬’, ‘중년을 위한 운동 클래스’ 등을 콘텐츠 기반으로 전환해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쿠팡 파트너스, 스마트스토어와 연계해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도 많다. 디지털 전환 교육을 통해 이커머스에 뛰어든 사례도 늘고 있다. 네 번째는 콘텐츠 제작 교육이나 강연이다. ‘50대 이후 유튜버로 사는 법’, ‘디지털 셀프 브랜딩’, ‘은퇴 후 제2의 직업’ 등의 주제로 강연 요청을 받거나,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에서 강의를 개설하는 사례도 증가 중이다. 이들은 단순히 콘텐츠 생산자에서 나아가, 또 다른 중장년층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활동은 단순히 ‘부업’의 개념을 넘어선다. 일부 인플루언서는 월 수입 수백만 원 이상을 벌어들이며, 과거 전업주부로 살아온 이력이 전혀 경제적 가치가 없지 않았다는 사실을 사회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동시에 이들은 노후 자금 마련, 가족 부양, 사회참여 등 다양한 차원에서 경제적 자립을 실현하고 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이들이 ‘경쟁이 아닌 공감’의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젊은 크리에이터들과 구분되는 차별점이자 강점이다. 시청자는 그들의 일상에서 위로와 연결감을 느끼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디지털 전환의 수혜자, 중년 여성의 경제적 재도약
중장년층, 특히 50대 여성 인플루언서의 등장은 단순한 개인의 성공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인구 구조, 디지털 환경, 소비 트렌드가 맞물려 만들어낸 ‘시대적 전환’이다. 이들은 과거 노동시장에서 은퇴하거나 소외되었던 존재였으나, 이제는 디지털 경제의 활력소이자 새로운 생산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몇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 중장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는 노년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은 연령에 상관없이 진입할 수 있으며,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누구나 경제적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둘째, 콘텐츠 시장의 다변화가 촉진된다. 지금까지 콘텐츠 시장은 주로 20~30대 위주로 형성되어 있었으나, 중장년층 인플루언서의 등장은 소비자층의 연령 스펙트럼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는 브랜드 마케팅 전략, 콘텐츠 기획 방식에도 영향을 주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게 된다. 셋째, 디지털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증명한다. 50대 이상 인플루언서 대부분은 처음부터 전문가가 아니었다. 스마트폰 하나로 시작한 콘텐츠가 수익을 창출하기까지에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따라서 디지털 교육, 미디어 리터러시, 콘텐츠 제작 툴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수록, 더 많은 중장년층이 이 흐름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변화는 ‘노년의 사회적 위상’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예전에는 은퇴 이후의 삶이 곧 소극적이고 소비만 하는 존재로 치부되었지만, 지금은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경제에 기여하는 모습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는 세대 간 인식의 간극을 좁히고, 세대 간 경제 협업의 가능성도 열어준다. 결국, 인플루언서가 된 50대 엄마는 우리 사회에 말하고 있다. ‘늦은 시작은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이 만드는 디지털 일상은 단순한 기록이 아닌, ‘경제적 재도약의 증거’가 된다. 이 흐름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능성과 용기를 줄 것이며, 한국 사회의 경제적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