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 '비혼'을 선언한 세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산을 설계하고 있다. 가족 구조와 주거, 소비 습관, 노후 대비까지 모두 달라진 ‘비혼 경제’는 이제 단순한 개인 선택을 넘어 하나의 경제 생태계로 자리 잡고 있다. 본 글에서는 비혼 세대가 어떻게 자산을 축적하고, 어떤 전략으로 미래를 준비하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다, 경제는 여전히 필요하다
한때 ‘결혼은 인생의 완성’으로 여겨졌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MZ세대는 이 공식을 과감히 거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대한민국의 초혼 평균 연령은 남성 34.7세, 여성 32.5세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비혼을 선택하는 인구는 급격히 늘고 있다. 1인 가구 비율은 33.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 중 상당수가 '비혼 선언자'다. 이들은 결혼 자체를 인생의 목표로 두지 않으며, 오히려 ‘혼자 사는 삶’을 장기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결혼하지 않는다고 해서 경제적 과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혼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구조’를 요구한다. 이는 자산 관리, 주거 계획, 노후 대비 등 전통적인 ‘가정 단위 재정 관리’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재테크를 필요로 한다. 부모나 배우자와의 공동 자산 설계가 아닌, 온전히 개인 역량에 의존한 경제 전략이 필수가 된다. 비혼자의 경제 전략은 종종 ‘자유롭고 여유롭다’는 이미지로 포장된다. 실제로 가족 부양이나 자녀 양육 비용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불확실성과 불균형 리스크**가 크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질병, 사고, 실업 등 위기가 닥쳤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사회적, 가족적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비혼의 경제는 보다 철저하고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비혼 경제’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 자산 포트폴리오, 주거 선택, 보험 구성, 노후 시나리오 등 다양한 차원에서 독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재무 전략이 요구된다. 본론에서는 이러한 전략들이 실제로 어떻게 실현되고 있으며, 어떤 장점과 한계를 갖고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본다.
비혼 세대의 자산 전략, 어떻게 다르게 설계되는가
비혼자의 경제 전략은 무엇보다 **독립성과 유연성**을 중심으로 설계된다. 첫 번째는 **주거 전략**이다. 결혼을 전제로 한 내 집 마련보다, 유연한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임대 주거 선택이 많다. 예를 들어, 비혼자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코리빙(co-living) 하우스를 선호하며, 지역 이동이 자유로운 전·월세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산 증가에 따라 ‘소형 아파트 갭투자’ 또는 ‘공공분양 청약’에 관심을 갖는 등 실거주와 투자를 병행하려는 전략도 활용된다. 두 번째는 **소비 구조의 최적화**다. 비혼자는 생활비에서 가족 부양비나 육아비가 빠지기 때문에 여유 자금의 운용 범위가 넓다. 그러나 그만큼 자산 형성에 대한 인식이 분명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비혼자들은 월급의 일정 비율을 여행, 자기계발, 취미에 지출하는 한편, ETF나 CMA, 개인연금, 연금저축펀드 등 중장기 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성향을 보인다. 특히 월급의 30~40%를 자동 이체해 강제 저축을 실천하는 사례가 많다. 세 번째는 **보험과 리스크 관리**다. 배우자나 자녀가 없는 만큼, 의료비나 요양비, 사고 대비 보험의 중요성이 크다. 따라서 실손보험, 종합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고, 고령기에 대비한 비상금 통장과 간병보험을 별도로 마련해두는 경우도 있다. 이는 돌봄의 부재를 경제적 장치로 보완하려는 의도다. 네 번째는 **노후 시나리오 설계**다. 비혼자는 은퇴 이후 동반자 없이 생활해야 하므로, 은퇴 자산과 주거 형태, 커뮤니티 기반 돌봄 체계 등에 대한 계획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노년기 실버타운 입주를 위한 장기적 자금 마련, 도시형 생활주택 장만, 지역 기반 공유주거 참여 등이 포함된다. 또한 ‘비혼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공동 생활이나 ‘서로 돌봄 계약’을 체결하는 실험도 이뤄지고 있다. 다섯 번째는 **자기계발 중심의 투자**다. 결혼을 통해 가족 단위 자산을 형성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의 역량이 곧 자산이다. 이로 인해 비혼자는 자격증, 사이드잡, 자기 브랜드 만들기 등에 더 많은 자원과 시간을 투자하며, 장기적으로는 1인 콘텐츠 창작, 디지털 프리랜서 등 비전통적 직업 구조를 통해 경제적 독립을 추구한다. 이처럼 비혼자의 자산 전략은 단순히 ‘돈을 아끼는 방식’이 아니라, **자산-건강-시간-네트워크**를 통합 관리하는 포괄적 경제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
비혼 시대의 경제학, 혼자 살아도 안정되려면
비혼은 이제 개인의 특이한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구조적이고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그에 따른 경제 전략 역시 사회적 인프라와 함께 설계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는 여전히 ‘가구 단위’ 중심이다. 세제 혜택, 주거 정책, 노후 복지 대부분이 결혼·출산을 기본값으로 삼고 있으며, 비혼자를 위한 설계는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첫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비혼 1인가구를 위한 세금 감면, 전세자금 대출 기준 개선, 주거 지원 확대, 연금 설계 다양화 등이 시급하다. 특히 연금 수령 시 배우자 없는 구조에서 어떻게 생계가 유지될 수 있을지를 고려한 ‘비혼형 노후 모델’이 논의돼야 한다. 둘째, **사회적 인식 변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비혼은 ‘불완전한 상태’가 아니라, 충분히 독립적인 삶의 형태다. 이를 존중하고 지원하는 문화가 형성될 때, 비혼자의 경제 활동은 더 건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 셋째, **개인 차원의 전략 정비도 중요하다**. 비혼자는 자신이 곧 경제 공동체의 중심이므로, 더 빨리, 더 명확하게 자산과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비상금 관리, 보험 포트폴리오 정비, 건강 유지 계획, 정서적 관계망 구축 등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비혼자의 경제학은 ‘혼자 사는 법’을 넘어 ‘혼자 살아도 괜찮은 법’을 만드는 일이다. 비혼은 리스크이자 가능성이고, 부담이자 기회다. 우리는 이제 결혼 여부가 아닌 ‘삶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를 중심에 두고 경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혼자 살아도, 충분히 안정적이고 의미 있게 살 수 있는 시대. 그것이 비혼 경제의 궁극적인 목표이며, 오늘날 2030세대가 만들어가고 있는 새로운 자산 전략의 지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