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디지털 화폐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다양한 경제적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긍정과 부정 양면의 효과를 중심으로 구조적 분석을 제시한다.
디지털 화폐, 금융 시스템을 다시 쓰는 신호탄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행은 2021년부터 디지털 화폐의 기술적 타당성과 운영 가능성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실제 발행 여부에 대한 정책 결정도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향후 디지털 화폐 도입이 한국 경제의 금융 시스템, 결제 인프라, 민간 거래 구조에 미칠 영향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 화폐란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통화로, 기존의 실물 화폐와는 달리 전자적 방식으로 유통된다. 이는 민간 가상화폐와 달리 국가의 보증을 기반으로 하며, 법정통화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안정성과 신뢰성이 강조된다. 디지털 화폐는 화폐 사용의 효율성, 거래의 투명성, 비용 절감 등의 장점을 가지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결제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그 도입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화폐의 등장은 금융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자금 조달, 결제 처리, 세무 관리, 고객 유치 등의 영역에서 디지털 화폐는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을 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변화가 반드시 긍정적인 방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적응력, 기술적 격차, 사생활 침해 논란 등 여러 문제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디지털 화폐가 한국 중소기업에 미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대응 전략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디지털 화폐가 중소기업에 주는 긍정적 파급 효과
디지털 화폐는 중소기업에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비용 절감과 거래 투명성 향상, 그리고 금융 접근성 제고 측면에서 그 효용성이 부각된다. 첫째, **결제 비용의 절감**이다. 기존의 카드 결제 시스템은 중소 상공인이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 구조를 포함하고 있어 고정비용으로 작용한다. 디지털 화폐는 중앙은행이 직접 운영하는 결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중개 수수료를 줄이거나 없앨 수 있으며 이는 곧 중소기업의 마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자금 흐름의 투명화 및 회계 자동화**다. 디지털 화폐는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 기록을 실시간으로 남기기 때문에, 거래 내역의 조작이나 누락이 어렵다. 이는 회계 처리의 정확성을 높이고, 국세청이나 금융기관과의 자료 제출 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게 만든다. 특히 중소기업이 주로 겪는 세무 회계의 어려움을 자동화 기술로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운영 효율화가 가능하다. 셋째, **금융 접근성 확대**다. 디지털 화폐 기반의 금융 서비스는 기존 금융 인프라에 비해 간소화된 인증 절차와 낮은 신용 장벽으로 인해, 기존 제도권에서 소외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도 손쉽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특히 지역 기반 소상공인에게 금융 포용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넷째, **고객 확보의 경쟁력 강화**다. 소비자가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는 경우,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면 ‘최신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업체’라는 이미지로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이는 젊은 세대 소비자나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전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섯째, **글로벌 거래 가능성 확대**다. 디지털 화폐는 향후 국가 간 상호 운용성(CBDC interoperability)이 확보될 경우, 중소기업의 수출입 거래에서 외환 환전 절차를 간소화하고, 송금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중소기업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과 과제
반면 디지털 화폐의 도입이 중소기업에 반드시 긍정적 효과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 구조적, 정책적 측면에서 다양한 부작용과 우려도 존재한다. 첫째, **기술 격차에 따른 접근성 차이**다. 디지털 화폐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환경에 대한 이해와 적응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중소기업, 특히 전통시장 상인이나 고령 자영업자는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관련 기술의 도입 및 운영 능력에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디지털 격차가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경제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 **거래 감시와 사생활 침해 우려**다. 디지털 화폐는 모든 거래가 중앙 서버 또는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사적인 거래나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경쟁사나 거래처 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경영 전략의 보안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정부 규제 강화 가능성**이다. 디지털 화폐는 자금세탁 방지, 탈세 방지 등의 명목으로 모든 거래 기록을 실시간으로 추적 가능하게 만들며, 이는 중소기업의 재무자율성을 제한할 수 있다. 특히 현금 기반 거래로 수익 구조를 유지해온 일부 업종에서는 디지털화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넷째, **사이버 보안 리스크**다. 디지털 화폐는 해킹, 시스템 오류, 서버 장애 등의 문제에 민감하다. 대기업은 이를 대비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인력이나 자본의 한계로 인해 사이버 보안에 취약할 수 있다. 이는 실제 자산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위협 요소다. 다섯째, **기존 결제 생태계와의 충돌**이다. 디지털 화폐의 확산은 기존 결제 대행업체(PG사), 카드사, POS시스템 사업자 등과의 이해관계 충돌을 유발할 수 있으며, 중소기업은 이들 간의 경쟁 또는 협력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될 수 있다. 이에 따른 시스템 이중화, 혼란, 비용 상승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디지털 화폐 시대, 중소기업을 위한 전략적 준비가 필요하다
디지털 화폐의 도입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는 기술적 혁신을 넘어, 화폐와 금융의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시키는 과정이며, 중소기업 역시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다만, 그 변화가 모든 중소기업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지는 않으며, 격차와 혼란의 리스크도 함께 동반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디지털 화폐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 정책을 구체화해야 한다. 예컨대 POS 시스템 업그레이드 지원, 디지털 회계 시스템 도입 보조금, 소상공인 대상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동시에 데이터 보호, 사이버 보안, 거래 기록 보호를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도 병행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은 단기적으로는 디지털 화폐 수용 가능성에 대한 내부 점검을 시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결제 인프라, 회계 시스템, 고객 관리 방식 전반을 점검하며 체계적인 디지털 전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관련 협동조합이나 단체를 통한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디지털 화폐는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경제 시스템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이 그 흐름에 올라타는 순간,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다. 반대로 무방비 상태로 그 물결을 맞이한다면,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준비된 기업만이 디지털 화폐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다.